포털 뉴스 생태계 이후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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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31일

국내 포털 뉴스 진로 불확실성 더욱 커졌다
버즈피드 실패한 것 아니라 많은 영감 제공
독자접점 강화 등 신생미디어 교훈 수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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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털 뉴스는 뉴스 미디어 기업의 경쟁 환경과 전략, 규제와 규칙, 이용자 선호도 등 다양한 변화 요인에 직면하고 있다. 일단 포털 뉴스 시장에 진입과 제재를 결정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커지고 있다. 현실정치의 역학구도에 따라 뉴스 편집 편향성 논란이 계속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 규제 개입에 착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방송통신위원회는 더 엄격한 거버넌스나 가이드라인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파트너십을 담당하는 포털사업자가 구성한 자율기구의 갑작스런 활동 중단은 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언론사 제휴 관계를 재구성하고 재정의하는 흐름을 포함한다.

정상적인 개선 방향이라면 포털 뉴스 서비스 전반에 책임성, 투명성, 민주성을 확보하는 시스템 정비가 주목받을 것이다. 가령 저널리즘의 독립성과 상업적 이해관계 사이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하는 선에서 조율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뉴스 콘텐츠에 대한 포털의 영향력을 극도로 줄이는 정치적 목표를 중심으로 좁혀지고 있다.

"구글 방식 뉴스 서비스 배제할 수 없어"

이러한 흐름이라면 어떤 식이든 현행 포털 뉴스 서비스의 제공 방식에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구글 방식으로) 검색만으로 노출되는 방식, 기존의 서비스 환경은 유지하되 매체의 진입과 제재를 통제하는 방식, 편집 편향성 해소 장치를 제도화하는 식 등이다.

어떤 경우에도 기존의 포털 뉴스 생태계의 재편은 불가피하다. 포털사업자가 전재료 또는 상생모델을 유지시키는 메커니즘을 포기하면 대다수 언론사는 포털에서 유도되는 트래픽 감소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매체 간 빈익빈부익부가 심화할 것이다. 즉, 포털 뉴스에 진입한 매체들을 중심으로 혹은 대형 언론사 브랜드로 이용자 쏠림이 일어나는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이다.

이는 전문지, 지역지, 온라인 미디어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 포털에 기생하는 미디어 조직의 불확실성은 이미 현장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네이버 검색 제휴매체들 가운데는 프리미엄이 형성되지 못한 채 비교적 낮은 인수가가 오르내리고 있다고 한다.

포털 뉴스 생태계의 효용 가치가 엷어진다는 시장의 신호로 읽힌다. 선정적인 뉴스 생산과 검색 엔진 최적화, 알고리즘 친화적인 정보유통에 주력해온 기존의 매체 작동 방식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으로는 포털 의존도가 높은 뉴스조직이 두각을 보이는 기회와 안정성은 의문부호가 커질 것이다.

실패하는 포털 뉴스 서비스 또 겪을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카카오의 뉴스 부문 분사설이 퍼지고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기류까지 감지된다. 만약 뉴스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등 카카오의 뉴스 포기가 현실화 한다면 자원, 이용자, 기술 등 카카오 플랫폼의 여러 요소들을 따로 떼놓는다는 의미가 된다. 뉴스 유통 활성화, 수익 창출, 이용자 참여 등 보다 혁신적인 접근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 경우 네이트 뉴스처럼 실패한 포털 뉴스로 귀결될지 모른다. 한 인터넷신문 시니어 기자는 "지금까지는 포털 뉴스만 바라봤지만 이제는 우리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 뉴스 생태계의 급변은 그간 포털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뉴스원이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뉴스 신뢰에 대한 정치적 접근,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한 동상이몽이 커질수록 사회적 약자나 다원성을 추구하는 매체의 설 자리는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내의 복잡한 역학 관계는 포털 뉴스서비스의 전환 범위(위 표 참조)[1]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던진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 포털에 기생해온 뉴스조직은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거나 오디언스에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조직 혁신, 제품 개발, 고객관계, 저널리즘 가치 제고 등 진화하고 있는 생태계의 트렌드와 표준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바이스 미디어와 버즈피드 뉴스의 침몰에서 보듯 디지털 뉴스 기업의 현실은 다면적이다. 신생 미디어의 도전과 혁신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이들의 '실패'를 고유의 저널리즘의 한계로만 돌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큐레이션을 비롯한 디지털스토리텔링, 바이럴 콘텐츠, 비디오 등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초점을 둔 접근도 마찬가지다.

신생 미디어의 저널리즘 혁신 배울 점 많다

그것은 명백히 중요한 혁신이었고 더 나은 혁신이 부족했다. 그 혁신의 열기로 성장한 신생 미디어의 존재는 기성 미디어를 자극했고 그들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며 시장에 역동성을 만들었다. 기존 매체들이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디지털 시대에 변화하는 독자의 요구와 선호에 적응하도록 영감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술 진보, 콘텐츠 트렌드 변화의 빠른 속도는 신생 미디어에 여유를 주지 않았다. 첫째, 스트리밍 플랫폼 같은 새로운 채널의 확산은 미디어 이용시간의 분점화를 촉진했다. 둘째, 구독 습관이 형성되고 브랜드 관계가 중요해지면 인터넷 신문은 더 빠르게 변신해야 했다. 셋째, 경쟁구도 심화 단계에서 사업 다각화가 요구됐지만 기성 미디어와 테크 플랫폼 사이에 차별화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 과정에서 저널리즘과 디지털의 특성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조직문화가 흔들렸다.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것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고 저널리즘을 포기하기도 어려웠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콘텐츠 노출 정책의 잦은 변경에서 지속가능성은 늘 흔들렸다. 가상 현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데이터 시각화 또는 AI 기반 콘텐츠 등 기술 고도화는 부담이 됐다.

사실 이들 매체는 오디언스 접점을 확장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디지털 미디어로는 비교적 화려하게 등장했다. 새로운 스토리텔링 형식을 실험하는 등 읽기 경험을 확장해 독자 참여를 유도하며 일정하게 차별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비슷한 매체들이 연달아 등장하며 그 입지는 점점 축소됐다. 광고 중심 모델에서 구독 중심 모델로 더 나아가 브랜드 기반(IP) 비즈니스 등 지속적인 혁신은 여의치 않았다.

네이버의 언론사 웹사이트별 모바일 이용 트래픽_페이지뷰
네이버의 언론사 웹사이트별 모바일 이용 트래픽: 페이지뷰. 언론사별 수치이나 매체 이름은 가렸다.

양대 포털 뉴스 이용률 하향세 일시적 현상 아니다

국내 포털사이트에 기생하는 신생 미디어도 분위기가 급랭하고 있다. 트래픽이 예전같지 않고, 광고매출도 떨어지고 있어서다. 창간 4년째인 한 인터넷신문 대표는 "국내 포털 뉴스 생태계의 진로가 이렇게 불확실한 때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의 흐름에서는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어떻게 바꿀지 알 수 없고, 생태계에 입점한 티켓 프리미엄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용자들이 포털 뉴스를 떠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거센 편이다.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가 마켓링크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디어오늘과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2] "네이버 콘텐츠 제휴 언론 19곳(종합일간지 5곳·경제지 2곳·뉴스통신사 3곳·지상파방송 3곳·종합편성채널 4곳·보도전문채널 2곳)의 모바일 페이지뷰(조회수), 순방문자수, 체류시간을 분석한 결과 세 지표 모두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네이버 모바일 평균 페이지뷰(PV)는 2023년 1분기 기준 전년 1분기 대비 45.5% 떨어졌다. 매체 19곳 모두 페이지뷰가 감소했다. 50% 이상 급락한 매체도 6곳에 달했다." 이같은 네이버 뉴스 이용률 하향세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색, 콘텐츠 이용 측면에서 포털사이트의 매력도가 힘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대통령선거 등 대형 이벤트가 아니면 뉴스를 굳이 포털에서 볼 이유도 없는 것이다.

포털에 기생하는 국내 대다수 언론사도 포털 뉴스 이후의 생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 등에 의존하는 언론사의 뉴스 유통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독자 보상 등 관계개선과 저널리즘 우위에 초점둘 때

시장 내 영향력이나 범위는 여전히 작지만 개인의 관심사나 니치한 주제를 다루는 틈새 구독 채널이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또 대충 경계가 그어진 타깃 콘텐츠가 아니라 체계적인 개인화 서비스와 독자의 이용경험을 확장하는 관계 관리 프로그램이 부상하고 있다. 독자 참여와 보상 구조 등 충성도를 높이는 커뮤니티 기반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생존은 불가능하다.

이런 때일수록 다양성 전문성 개방성 같은 디지털 미디어로서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스, 버즈피드의 실패 역시 디지털 뉴스 미디어의 퇴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퀄리티 저널리즘, 후원모델, 특정 주제의 전문성 등으로 명성을 얻는 세계 곳곳의 디지털 뉴스 채널은 얼마든지 있다. 특히 관심층 도달과 독자와의 상호작용성 증진 등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과 그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해 유료화를 비롯한 구독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스토리텔링과 같은 새로운 경험과 소통으로 저널리즘의 가치를 찾는 여정은 중단없이 이어가야 한다. 인터넷신문 등 디지털 뉴스 미디어는 '저널리즘'에서 경쟁력의 우위에 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 20여년 한국의 인터넷신문 흥망성쇠도 저널리즘 이니셔티브에서 결정됐다. 2002년 오마이뉴스 시민참여저널리즘, CBS의 온라인 뉴스 브랜드 노컷뉴스 출범은 대표적이다. 다음 아고라의 공론장 이슈 이후 봇물처럼 번진 1인 블로거와 대안 성향의 미디어도 저널리즘의 책임성을 강조하면서 전통매체와 대척점에 섰다.

플랫폼 의존 벗어나면 새로운 길 열릴 것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큐레이션 뉴스 채널,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구독 기반 뉴스 스타트업, 유튜브 미디어까지 크고작은 변화도 저널리즘에 초점을 뒀다. 반면 한국의 전통매체는 정파성, 기계적 중립주의 등의 객관저널리즘의 함정에 빠졌고 신뢰 위기로 곤두박질쳤다.

이렇게 디지털 뉴스조직은 사실적인 정보와 합리적인 근거로 독자의 판단과 비평을 유도함으로써 차별화를 추구하며 자리를 잡았다. 가치 판단을 명백하게 하고 매체의 입장과 관점을 드러내는 것이 매체의 정당성을 확보해 빛났다. 신생 미디어의 이른바 주창저널리즘(advocay journalism)은 전통매체의 권위주의와 폐쇄적 방식이 사회적으로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디지털 뉴스 스타트업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가장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수익 다각화도 다른 조직과의 파트너십을 고민하는 등 완전히 새로운 접근도 고안해야 한다. 기존 미디어 조직과 협업하거나 상호 보완적인 플랫폼과 제휴를 맺는 것까지 반경을 넓혀야 한다.

특히 콘텐츠 형식의 혁신도 계속 주도해야 한다. 데이터 및 분석으로 오디언스 행동, 콘텐츠 성과, 선호도에 대한 인사이트를 확보하는 것은 핵심 전략이다. 충성도 높은 독자 커뮤니티를 육성하는 것은 결정적이다. 헌신적인 독자 기반을 갖는 것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 필수적이다.

뉴스룸을 떠나는 버즈피드의 한 기자는 "여기든 다른 곳이든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전할 것이다"며 다짐을 밝혔다. 신생 미디어는 좌초하지만 재생의 에너지를 불굴의 열정과 함께 남긴다. 온라인 저널리즘의 에너지는 이제 기존 빅플랫폼에 의존하는 2기를 넘었다. 1기는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고 독자의 참여(UGC)를 열어두는 생산의 변혁이었다. 앞으로는 독자와 공생하는 보상 생태계를 구현하는 3기를 열어가야 한다[3].

  1. 1

    김위근, 황용석(2017), 한국언론과 포털 뉴스서비스, 포털 뉴스서비스 관련 자율규제 변천(표2-3) 재구성

  2. 2

    데이터는 마켓링크 뉴스인덱스(http://www.newsindex.co.kr/)에서 제공받음. 뉴스인덱스는 모바일 통해 방문한 도메인(서브 도메인, 기사 URL 등)으로 구분되는 포털사이트(네이버 및 다음) 뉴스섹션의 특정 언론사뿐만 아니라, 특정 언론사 웹페이지의 순방문자, 페이지뷰, 체류시간 등을 제공함. 이는 표본을 통한 통계적 추정치로서, 전수조사 방식과는 차이가 있음. 모집단은 전국 20세부터 69세까지 우리나라 국민 중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임. 표본 크기는 통계적 유의성 확보를 위한 표본오차의 수준, 뉴스인덱스의 서비스 운영 및 서버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00명으로 결정함. 마켓링크는 이들을 패널로 관리함.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임. 모집단 추정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표본 가중치는 성별, 연령별, 지역별, 직업별 추출 확률을 계산해 나온 개인 설계 가중치와 개인 사후 조정계수를 곱한 값으로 산출함.

  3. 3

    디지털 뉴스 미디어 발전 단계(최상단 이미지). 온라인 저널리즘의 에너지는 이제 기존 테크 플랫폼에 의존하는 2기를 넘었다. 1기는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고 독자의 참여(UGC)를 열어두는 생산의 변혁이었다. 앞으로는 독자와 공생하는 보상 생태계를 구현하는 3기를 열어가야 한다.